사회: 허욱 사회적가치경영연구원장
기조발제자: 공석기 교수 & 그뮈어 교수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 사무총장
정낙섭: 아름다운가게 전 사무지원처장
송직근: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임그린 연구원2024-05-16 07:40:48
기조발제 1, 2 이후 'NPO/NGO 위기 진단과 리더십의 과제'에 대한 주제 토론(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졌다.
주제 토론은 허 욱 사회적가치경영연구원장의 사회로 기조 발제자인 공석기 교수, 마르크스 그뮈어 교수 외에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연합 전 사무총장, 정낙섭 아름다운가게 전 사무지원처장, 송직근 대전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의 첫 번째 순서로,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연합 전 사무총장은 시민사회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3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이 현재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선순환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이 제도화되고, 조직 운영과 재정 투명성 등에서 건강성을 유지한 반면 최근 10년 간은 상법과 시민사회 관련 법, 시민단체모금활동에 관한 법 개정 및 제정 운동이 좌절되면서 NGO와 정부 간 관계가 냉랭해졌음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현 정부는 시민단체들을 국민의 세금 빼 먹는 단체라고 폄하해 왔고,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에서 드러났듯이 시민사회를 보는 관점이 매우 적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야당인 민주당 또한 법안 개정을 위해 찾아가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등 매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여·야 모두 NGO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전 사무총장은 정부에게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며, 시민단체 젊은 활동가들의 인큐베이팅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사회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과거 학생운동 출신들이 주축을 이뤘던 시민사회 운동 주체들의 공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운동을 비롯해 현재 한국의 정치, 경제 권력을 잡고 있는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연구 작업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셋째, 최근의 NGO 간 연대가 관념적이며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총선 연대에서는 각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제들을 모아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목표와 성과가 불분명하여 참여 단체들의 자기만족적 활동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정보 인권 문제 외에 기후변화 문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이에 대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2026년 지자체장 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를 기후 의제가 부각되는 선거로 치르기 위한 시민단체 간 '가치 중심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지난 20년 이상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해온 정낙섭 전 사무지원처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지원이 철회되어 11개 매장이 문을 닫아야 했다고 말하고, 이러한 위기를 계기로 아름다운가게를 진정한 시민단체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힘입어 지속가능한 조직의 기초를 닦았으며, 코로나 팬데믹 발생 첫 해를 제외하고 모두 50억원의 수익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처장은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조항을 넣었음에도 현 정부들어 정치적 외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출 규모가 400억원 대로 증가하고 매장이 늘었으나 내부적으로는 중간 관리자를 포함한 인적자원의 부족을 겪고 있으며, 리더십 역량의 부족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하게 내적 어려움을 소개하였다.
송직근 대전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시민사회 단체가 겪는 위기 상황에 대해 정체성 위기가 가장 크며, 이와 함께 가치 공유, 자원 조달, 시스템 문제도 병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동조합은 조직의 운영 특성상 생산자로서의 입장과 소비자로서의 입장이 달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을 내재적으로 안고 있는데, 세대 간 차이와 경험의 차이까지 겹치면서 문제를 원만히 풀지 못하고 갈등을 겪는 상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가치 공유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원 조달과 관련해서는 자발적인 자원 제공 외에 공공의 지원도 증가했는데, 정부의 지원이 증가할수록 NGO의 가치를 상실하고 협동조합이 오히려 공무원스러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협동조합은 결사체와 사업의 두 가지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데 이 두 속성의 조화를 이루지 못해 갈등을 겪게 되면 결국 정체성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소통이 강조되고 있지만 특정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전체 조합원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성 부족의 문제와 특정 이해관계자의 의견 제시를 조합이 어느 만큼 수용하고 풀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도 일선 비영리 단체에서는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기조 발제자 두 분의 견해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하고, 그뮈어 교수가 발표한 제3섹터의 역할로 정부-비즈니스-가족/친족 사이에서 견제와 협력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위기이며, 이를 발표자 공석기 교수가 제3섹터의 과잉 사회운동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사회적경제를 학습하고, '돌봄 민주주의'를 통해 기후 위기, 지역소멸 격차 등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 이사는 공석기 교수가 주제 발표에서 시민사회 발전의 한국적 특수성을 지적했는데, 우리나라가 코로나 팬데믹 방역을 상대적으로 잘 한 이유는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인 개인성이 잘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나라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협동과 연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조사한 정체성 보고서에서 시민 체감도와 연대의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 상호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협동과 연대를 더 깊고 풍부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경제의 멤버십도 리더십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공 교수가 지적한 시민사회운동 영역에서의 과잉 사회운동에 대한 진단은 과잉이 아닌 다양성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공석기 교수는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정부와의 긴장과 협력을 통해 발전 해온 우리나라 시민사회 단체 발전의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과잉 시민사회운동'이란 표현을 썼는데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 운동방식의 과잉화와 함께 다양성과 수평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송직근 이사가 문제 제기한 협동조합의 결사체와 사업체적 성격의 균형에 대해서는 사업체는 사업체일 뿐이며,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인 '운동성'을 견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연맹적 차원으로 연결되어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 비영리 단체의 경우 한 해에 회원 충원이 1명도 안 된 곳도 있는 데 시민운동을 의리로 하고 있는 현실은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컨퍼런스 참석자 질문 시간에 사랑의연탄나눔 원기준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 창립자의 오너십이 오래 지속될 경우 조직내 민주적 운영과 세대 간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유럽에서는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해 그뮈어 교수는 규모가 작은 조직 또는 신탁 조직은 소수 리더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고, 회원 기반의 비영리 단체에서는 총회나 대의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최소-최대의 거버넌스 룰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토론회를 모두 마친 뒤 전체 사회자 변창배 목사가 사회권을 넘겨 받아 기조 발제자 및 토론자, 참석자들, 그리고 행사를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을 위한 격려 박수와 함께 폐회 선언을 끝으로 컨퍼런스가 종료되었다.